관계의 경계에서 건강을 묻다, 마음이 피로한 성인을 위한 심리 처방
- well-to-do73003
- 8월 7일
- 2분 분량
확실하지 않은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종종 고요한 바다 위의 파도처럼 잔잔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말은 없지만 마음을 주고받고, 사랑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지만 연인처럼 행동하는 관계.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확정적 관계’는 단순히 트렌드의 변화로 보기엔 그 안에 숨겨진 감정 소모가 적지 않다.

이러한 관계는 누군가에겐 자유로움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끊임없는 확인과 불안을 낳는다. 애매한 관계가 계속되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 특히 한쪽만 감정적으로 더 몰입한 경우, 건강한 자존감이 손상될 위험이 높아진다.
성인 건강을 말할 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이 ‘감정 노동’이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생활 속 피로에 더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조차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면, 결국 마음의 면역력이 약해지게 된다. 이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등으로 신체적 이상 증세까지 유발될 수 있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에너지다. 특히 사랑과 관련된 감정은 인간의 뇌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 각종 호르몬 분비를 유도해 신체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애매한 관계’는 뇌를 긴장 상태로 만들고, 이는 곧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이처럼 관계가 애매할수록 마음은 점점 지친다. 명확하지 않은 사이에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선을 넘을까 고민하는 상황은 감정 에너지의 과소비에 불과하다. 결국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마치 약속 없는 마라톤을 달리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피로감을 안긴다.
성인 건강은 단순히 병원에 가서 검진받고 약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고, 나를 지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어떤 관계든, 그것이 나에게 힘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소모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상대가 소중하다면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 마음을 드러낸다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그 솔직함 속에서만 진짜 관계가 피어난다. 만약 그 대화가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면, 그것조차 나를 위한 하나의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모호함 속에 안주하며 마음을 다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성인에게 건강은 단순한 ‘신체의 이상 없음’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내 마음이 얼마나 평온한가에 달려 있다. 그러니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건강한 관계 속에 있는가?” 그리고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도 괜찮다.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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