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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체계 개편, ‘건전성’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

  • well-to-do73003
  • 7월 30일
  • 2분 분량

금융은 경제의 혈관이다. 혈관이 건강해야 온몸이 건강하듯, 금융시스템이 안정돼야 국가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감독체계는 그 구조 자체가 오히려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정책과 감독 기능이 한 지붕 아래 엉켜 있는 현 체계는, 정책적 유연성과 독립성 모두를 해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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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정책조직과 감독조직의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감독 기능은 별도의 독립된 조직이나 기구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이런 개편 논의는 단순한 행정조직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은은 오랫동안 통화정책이라는 거시 경제적 역할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찰자 입장을 넘어서, ‘실행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흐름이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감독체계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왔다. 영국은 금융서비스청(FSA)을 해체하고, 프루던셜 감독기구(PRA)와 금융행위감독청(FCA)을 각각 설치해 감독 기능을 분리했다. 미국 역시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직접 관여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졌고, 유럽연합(EU)도 유럽중앙은행(ECB)에 거시건전성 권한을 부여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책과 감독을 혼재된 형태로 운영하며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그 단적인 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당국은 이를 따라가야만 하는 구조였다. 이는 총체적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정책 우선’이라는 관성 아래 벌어진 결과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되고, 결국 금융시장 전체가 왜곡된 신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감독체계 개편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권한 이전이나 조직 변화가 아니라, 금융안정이라는 목적 아래에서 모든 제도가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독립 집행 체계나, 금융안정협의체 같은 상설기구 도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감독 시스템은 단순히 금융 리스크를 방지하는 것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경제 전반의 질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단기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스템 설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개혁 과제이며, 그 핵심은 ‘누가 권한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견실하게 시스템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어야 한다. ‘건전성’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그것이 지금 한국 금융에 필요한 가장 절실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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