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시대의 화폐 신뢰, 스테이블코인에 '공적 보증'이 필요한 이유
- well-to-do73003
-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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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닌, 실생활에서 통용되는 지급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은 가격의 안정성을 무기로 실물 경제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언제나 그렇듯, 스테이블코인 역시 그 구조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자산 시대의 ‘예금보험’ 역할을 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표면적으로는 달러나 유로 등 법정화폐에 고정되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디페깅(depegging) 현상, 즉 고정된 가치와 실제 거래 가격 사이의 괴리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투자자나 이용자에게 큰 불안을 유발하며, 극단적인 경우 대규모의 인출 사태, 즉 ‘디지털 뱅크런’ 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런(runs)’ 위험이다. 실제로 과거 몇몇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시장 신뢰를 잃고 붕괴한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증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스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어하거나 구제할 ‘최후의 보루’ 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전통 금융에서는 은행 예금자 보호를 위한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공적 기구가 존재하며, 이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신뢰 유지를 위한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대부분 민간기업이며, 그 준비자산의 투명성이나 유동성, 상환 능력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공적 차원의 보증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용자가 언제든지 발행자에게 직접 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런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준예금보험 제도를 적용하거나, 중앙은행이나 예금보험기구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를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구성에 대한 명확한 규제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유동성 자산을 중심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하도록 의무화하고, 만기가 긴 자산을 허용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별도의 유동성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디페깅 가능성을 낮추고, 긴급 상황에서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분명 디지털 자산의 실용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에서 ‘가치 안정’과 ‘지급 보증’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조건이다. 지금이야말로 스테이블코인의 미래에 대한 법적, 제도적 청사진을 그릴 타이밍이다. 기술의 진화만큼이나, 이를 감싸는 사회적 신뢰의 프레임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보호’다. 안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책임의 구조가 뒷받침될 때, 스테이블코인은 진정한 디지털 화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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