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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직전의 뇌, 삶의 마지막 신호를 보내다

  • well-to-do73003
  • 8월 8일
  • 2분 분량

사람은 죽음의 문턱에서 무엇을 느끼는 걸까. 눈앞이 하얘진다거나, 몸을 벗어나 천장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는 말, 혹은 밝은 터널 끝에서 따뜻한 빛을 본 이야기는 종종 영화나 책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심정지에서 극적으로 회복한 이들 중 일부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며 임사체험을 회상한다. 과학계는 이러한 경험을 단순히 환상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않고, 그 생리학적·신경학적 배경을 찾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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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주목되는 건, ‘죽음 직전 뇌파의 폭발’ 현상이다. 심장이 멈춘 후 뇌가 곧바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미시간대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 후 짧은 시간 동안 뇌파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감마파로 불리는 고주파 대역 뇌파는 주의 집중, 기억 회상, 자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중요한 조각들을 정리하거나 재구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뇌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등의 물질은 고통을 줄이고 평온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 관여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화학 작용이 ‘천상의 빛’이나 ‘영혼이 떠오르는 느낌’ 같은 묘사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특히 강력한 환각 효과를 유발하는 디메틸트립타민(DMT)도 이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인간의 송과선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이 물질은, 깊은 명상 상태나 극단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뇌의 특정 부위인 측두엽 역시 임사체험과 관련이 깊다. 이 부위는 자아 인식과 감정 처리, 기억 저장에 관여하며, 간질 환자의 경우 측두엽 발작 중 체외이탈이나 종교적 환각을 경험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실제로 인위적으로 이 부위를 전기 자극하면 비슷한 감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임사체험은 단순히 뇌가 꺼지기 전의 혼란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어떤 순간보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신경 활동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접 임사체험을 한 이들은 “그 감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단순한 뇌의 착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그 순간은 단지 죽음의 문턱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자각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과연 이 체험이 뇌의 마지막 불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차원의 통로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성인의 건강을 다룰 때, 우리는 주로 질병 예방이나 생활습관에 주목한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존재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는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주제다. 뇌과학의 눈으로 본 임사체험은, 생명의 끝자락에서조차 인간은 여전히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삶과 죽음을 잇는 가장 인간다운 다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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