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지니어스 법’ 전격 통과, 시장은 왜 바로 고개를 숙였을까?
- well-to-do73003
-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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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세기의 화제였던 ‘암호화폐 혁신 및 통합 지원법’, 일명 지니어스(GENIUS) 법에 전격 서명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릴 만한 분위기였지만, 정작 가격 그래프는 축포가 아닌 하락선으로 줄곧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서명 직후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내 12만 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더리움·리플은 더 깊은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왜 좋은 뉴스에 가격은 떨어지나”라는 물음은 자본시장에 오래된 딜레마다. 업계에서는 첫째,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판다(Buy the rumor, sell the news)’는 월가의 격언이 어김없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니어스 법이 상·하원을 거칠 때부터 호재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됐고, 서명이라는 ‘확정 이벤트’와 함께 대규모 차익 실현 물량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둘째, 법안의 즉각 발효가 오히려 단기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조항 곳곳에 포함된 세무 보고·자금세탁 방지 의무 강화를 둘러싼 시행령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채 발효되면서, 일부 대형 거래소와 OTC 데스크는 “감사 범위가 확실해질 때까지 신규 상장 및 대규모 입출금을 잠정 보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규제 명확성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했고, 세부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셋째, 글로벌 매크로 환경 역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예상치를 하회했고, 연준 위원들의 긴축 발언이 재차 강도를 높이며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위험자산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만으로 역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특히 리플(XRP)의 경우 전일 단숨에 20% 넘게 치솟으며 숏 포지션을 쓸어 담았던 터라, “과열 뒤 급랭”이라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났다. 일부 트레이더는 “전일 3.65달러 고점을 찍은 순간부터 알트코인 선물 시장의 펀딩비가 비정상적으로 플러스(롱 우위)로 치솟았다”며, 하락 전조를 이미 감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9일 새벽부터 Binance·OKX·Bybit 등지에서는 XRP 미결제약정이 급증한 뒤 곧바로 숏 포지션의 대량 진입이 목격됐다.
그러나 단기 가격 조정이 곧장 법 자체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니어스 법은 ▲암호화폐를 ‘디지털 상품’과 ‘디지털 증권’으로 이원화해 명확한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 ▲기관 투자를 염두에 둔 커스터디·보험 요건을 구체화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급준비금 의무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동하는 등 중·장기적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제도권 진입”이라는 숙원을 해결하는 첫 단추로 평가된다. 월가 대형 은행 관계자들도 “세부 시행령이 명확해지면 연내 디지털 자산 전용 운용 상품이 쏟아질 것”이라며, 기관 자금의 단계적 유입을 예고했다.
남은 과제는 투명성과 속도다. 규정은 발표됐으나, 개별 감독 기관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집행할지 명료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탈중앙화금융(DeFi) 프로젝트의 DAO 거버넌스 토큰을 증권으로 볼지 상품으로 볼지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법안이 성공적으로 시장 신뢰를 끌어올리려면, 규제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투자자가 납득할 만큼 빠르고 투명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니어스 법 서명은 분명 암호화폐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을 사건이다. 그러나 오늘의 하락은 ‘악재’라기보다 기대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소 과정이며, 동시에 제도권 편입이란 대전환이 가져올 초기 진통일 수 있다. 시장은 늘 한 발 앞서 움직이고, 때론 낙관과 불안 사이를 널뛰며 가치를 재발견한다. 과열 뒤 찾아온 숨 고르기를 거치고 나면, 법제화가 가져올 폭넓은 자금과 신뢰가 다시금 가격 곡선을 끌어올릴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규제의 미세 조정과 기술 혁신이 맞물려 그리는 장기적 궤도를 읽어내는 통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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